재미로 본 사주풀이에서 예순 살까지 공부해야 하는 팔자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박사는 아니지만 강사 또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기에 내 사주에 수긍을 하면서도 ‘60’이라는 숫자가 주는 부담감에 상당히 억울한 마음이 생겼다. 그 마음이 내가 공부를 하긴 해도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는 자각에까지 미치자 씁쓸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강사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 자신을 달랠 방법을 찾다가 만난 책이 바로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다.
이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공부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세상에 쓸모없는 공부란 없다’는 제목의 첫 번째 챕터에서는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가 다르기 때문에 공부로 인생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고 늘 결심만 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결국 삶을 살아내는 힘을 키우는 법은 공부밖에 없음을 말한다. 두 번째 ‘공부하는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에서는 본인이 경험한 일화와 다양한 예시를 통해 첫 챕터에서 말한 본인의 철학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세 번째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와 네 번째 ‘평생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이토식 공부법’에서는 앞에서 말한 철학을 삶에서 지치지 않고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지침들을 독자들은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에서 ‘일본에서 손꼽히는 교육심리학자이자 문학·철학부터 비즈니스 대화법·인간관계까지 종횡무진 경계를 넘나들며 공부하는 메이지대학교의 괴짜 교수’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이력은 꽤 흥미롭다. 법대를 졸업하고 교육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문학부 교수로 임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독서, 공부, 말하기, 글쓰기 등의 분야에서 지식과 실용이 결합된 1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한 밀리언 셀러 작가이기도 하며 교육 관련 TV프로그램의 기획, 연출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삶의 궤적이 그가 끊임없이 공부해 온 사람임을 증명하고 있기에 그가 말하는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 같은 갑남을녀에게 공부는 시험이고, 성공보다는 절망의 경험과 관련이 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을 마치면 공부와 철저히 담을 쌓곤 하므로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공부 철학이 우리와는 다른 별세계 사람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이토 다카시 교수 또한 지금과 달리 과거에 공부를 즐기지 못하고 삶에 대한 흥미와 의욕이 낮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그가 어두운 방황의 터널을 빠져나와 삶의 기쁨과 의지를 되찾을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책’과 ‘공부’였기 때문이다. 즉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공부 이야기는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나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우리 같은 범부의 지혜인 것이다.
그 어떤 배도 평온한 바다 위에만 떠 있을 수 없듯 누구나 살다 보면 수많은 위기를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당장 급한 일에 매달리면 삶의 호흡은 얕아질 수밖에 없고 삶의 호흡이 얕아지면 작은 스트레스에도 인생이 끝난 것처럼 힘들어지고 권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정상적인 호흡을 되찾는 시간이 필요한데,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공부가 바로 그런 ‘깊은 호흡’을 만든다고 말한다. ‘호흡이 깊은 공부’는 새로운 지식으로 마음의 세포를 재생시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숙자들에게 희망과 인생을 되찾아 준 것이 기부금도, 복지 제도도 아닌 ‘클레멘트 코스’라는 인문학 강좌였던 것을 본다면 사이토 다카시 교수처럼 평생을 학생으로 사는 것을 받아들일 이유는 자명하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60살이 아니라 평생을 공부해야 함을 즐겁게 결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