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예쁜 별 하나가 새 둥지에 퉁! 떨어졌다. 새 둥지가 별을 톡! 담았다. 새 둥지에 새알 하나 짹짹-짹! 특별한 아기 새. 특별한 아기 새가 태어났어요. 어느 별에서 온 줄 모르는 아기 새예요. 아기 새 이름은요? 호야에요. 시적 화자인 호야의 이야기 시가 한 편의 동화 세상이 되었어요. 그림이 가득 담겨있는 동시 그림책이 되었어요. 호야는 천방지축 다양한 정서를 가진 아이예요. 때론 심술보가 푸르고요. 때때론 투덜투덜 ...
국어와 독서를 지도하는 강사인 아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직접 가르치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도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키우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꾸준히 해 왔는데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생긴 뒤로는 그것도 녹록지 않게 되었다. 다만 아이가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직접 소리 내어 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중학생이 된 뒤로는 등교하기 전 아이가 식사할 때 곁에서 읽어 주...
본 그림책 「앵무새 해럴드」은 김현좌 옮김, 봄봄 출판사에서 펴냈고요. 코트니 딕마스(Courtney Dicmas)의 작품이에요. 작가는 모든 사람이 특별한 초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초능력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수학 선생님의 양털 스웨터에서 고래, 상어, 문어 그리고 달 먼지 등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고 해요. 그것을 보자, 자신의 미래를 꿈꿨다고 하네요. 선생님의 양털 스웨터는 새로운 발견의 대상이자, 자기 존재 이유를 찾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지요. 그래서일까요? 작가는 어릴 적부터 ...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수행평가를 등한시하는 친구들을 왕왕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지필고사 점수나 수행평가 점수나 다 같은 점수’, ‘지필고사 한 문제를 더 맞기 위해 우리가 기울이는 많은 노력’ 등을 역설하며 수행평가를 소홀히 하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일인지를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막상 나는 어떠한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열심히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할 뿐 주식, 부동산, 채권 같은 단어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내가 지적하던 비합리적인 학생들의...
그림책 「너, 그거 알아?」는 미리암 코르데즈가 쓰고, 윤상아가옮겼어요. 2020년에 계수나무 출판사에서 발행했는데요, 판형이 아주 크답니다. 독일 그림책을 번역한 것이고, 출판사 대표가 많은 신경을 써서 출판했어요. ‘너, 그거 알아?’라는 제목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데요, 왠지 "응, 알아"라고 대답하고 싶어질 거예요. 푸른 하늘이 표지를 길게 채운 배경 위에, 덩치와 키가 자기보다 아홉 배나 큰 '바닷가곰'을 바라보는 하얀 새 한 마리가 있어요. 둘 사이에는 매우 애틋한 느낌이 전해져요.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시대적 분위기에 의해 학창 시절 내내 일기를 썼었는데, 당시 쓴 일기의 꽤 많은 분량이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졌었다.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모범생의 범주에 들어가기엔 너무 답답했고 날라리 학생들 사이에 끼기에는 생각이 바른 축에 들었기에 여기서는 저기를, 저기서는 여기를 동경하며 어정쩡한 태도로 방황과 혼란 속에서 ‘나’를 찾았던 것 같다.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공동체를 생각하는 의식 있는 청년이나 나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는 소시민적 청년, 혹은 젊음을 즐기는 유유자적하는 청년 등 어느 한쪽에도...
여기 「죽어야 사는 나무」가 있다. 나한기획에서 펴낸 ‘예술과 심리 동화 시리즈’ 네 번째 그림책이다. 글 작가 고희선, 그림작가 무세중이다.새롭고 따끈한 책이 좋다. 그러나 가끔 오래됐지만 꺼내 보고 싶은 책도 있다. 그러한 그림책 중 하나이다. 고희선 작가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이야기했고, 무세중 그림작가는 암 투병 중 겪었던 삶의 진지한 정서를 그림으로 담아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사연이 있다. 킹카나무는 마을에서 제일 잘난 나무였다. 아는 것도 많고 외모도 출중했다. 단 하나 흠이 있다면 열매...
1. 갈매기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 나오듯, 세상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존재들. 하늘을 활강하는 갈매기는 자유, 그 자체다.허나 인간의 과오로 그들의 날개가 꺾이는 법도 있다. 어쩌지? 날 수 없으면 더 이상 갈매기가 아닌데... 인간이 바다에 퍼부은 기름을 잔뜩 뒤집어 쓴 갈매기 켕가는 결국 알 하나만 덩그러니 남기고 안타깝게 세상을 뜬다. 2. 고양이 제라드 다이아몬드가 총.균.쇠에서 도대체 왜 가축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인간과 같이 살지만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녀석...
아마존(Amazon.com.)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책이 있다. 대부분 아마존의 한국 책 제목의 키워드를 살펴보면 ‘화해, 삶, 나, 행복, 소통’ 등이다. 그리고 종종 한국 그림책도 만난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필자로서 너무나 반갑다. 그림책 「바람과 물과 빛」을 발견하였다. 영어로는 「Wind, Water and light」이다. 요즘 그림책은 예술이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림책이 예술이 된 것이 아니라, 예술이 그림책이 되었다. © Illustrated by In-Kyung Par...
재미로 본 사주풀이에서 예순 살까지 공부해야 하는 팔자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박사는 아니지만 강사 또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기에 내 사주에 수긍을 하면서도 ‘60’이라는 숫자가 주는 부담감에 상당히 억울한 마음이 생겼다. 그 마음이 내가 공부를 하긴 해도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는 자각에까지 미치자 씁쓸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강사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 자신을 달랠 방법을 찾다가 만난 책이 바로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다. 이 책은 총 4개의...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을 펼치자, 바둑이가 세상 편하게 의자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바둑이는 빙그레 웃고 있다. 소년은 의자에 앉아 할머니 눈을 쳐다보며 마냥 미소 짓는다. 누구의 의자일까? 또 다른 의자는 자신에게 다가올 이야기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의자」는 나에게 다가왔다. 「의자」는 이정록 시인의 시에 주리 작가의 그림으로 빚어낸 시 그림책이다. 바우솔에서 2024년 1월 출간하였다. 대한민국문학상 번역 대상의 주인공, 안선재 서강대 ...
유달리 짧았던 설 연휴가 지났다. 동장군도 이제 슬슬 지쳐가는지 제법 날이 따뜻해지면서 길고 긴 겨울방학도 7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자각에 학부모나 아이들 모두에게 요즘 말로 현타가 오는 시기다. 그나마 예전과 달리 꼭 해가야 하는 방학 숙제가 거의 사라졌기에 밀린 숙제 하라는 잔소리가 줄어들긴 했지만, 도화지에 원을 그리고 생활계획표부터 만들고 꼬박꼬박 일기를 써서 학교에 제출했던 학창 시절을 보낸 학부모 세대에게 학원 오가는 시간을 제외하곤 온종일 스마트폰만 손에 쥐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스트레스와 걱정, 짜증 등 ...
김춘수의 시 꽃 내용 중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의 구절이 있어요. 오늘도 누군가에게 불리고 있나요? 꽃이 되고 있나요? 어떤 향기로 세상을 만나고 있나요? 세상이 온-통 존재로 가득하지요. 「온 세상을 노래해」라고 불리는 그림책이 있어요. 그것의 존재 힘은 대단해요. 왜냐고요? 아이들에게 존재에 대한 가치를 밝고 경쾌하게 제시했기 때문이죠. 그림책 「온 세상을 노...
우리는 청소년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으로 수학 다음에 ‘국어’를 꼽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장 조금 보태어 “우리말인데 국어 공부할 것이 있나?”, “국어를 굳이 학원까지 다녀야 하나 혼자 공부하면 되지.” 하던 시절을 보낸 기성세대들은 고개를 갸웃할 일이지만, ‘백설(白雪)’이 하얀 눈인지도 잘 모르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니 이제 곧 국어가 수학보다 어려운 시대도 도래할지 모르겠다. 국어 과목 가운데서도 ‘고전 소설’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특히 많다. 어려운 단어가 있긴 해도 흥부전이나 춘향전 등을 읽는 일...
시인은 언어의 마법사라지요? 묵직한 주제도 시인의 손에 담기면 담백한 시어로 생생하게 변신하죠. 2023년 겨울, 우리들 마음에 씨앗 하나를 톡 떨어뜨린 한솔수북에서 펴낸 그림책 「물고기의 씨앗」을 소개해요. 기다란 책 표지를 양쪽으로 쭉- 펼치면 둥그런 새로 파인 물웅덩이에 아이의 동그란 눈, 맑은 세상이 폭 담겨 있어요. 비 오는 날, 주인공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 볼까요?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이미지 사이로 목가적인 풍경이 춤춰요.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해요. 물고기 씨앗을 만난 아이...
몇 해 전부터 교육 시장의 큰 화두 중 하나가 ‘문해력’이다. 관심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우리 국민의 낮은 문해력에 대한 우려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세종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쉬운 문자인 한글을 가진,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로서 자부심을 가진 우리들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기 때문일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 나라의 뜨거운 교육열과 직결되는 문제여서일 것이다. 자존심이 상한 건 참아 넘길 수 있어도, 애들 교육과 관련된 문제라면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게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다...
아이들이 친구 사귀기를 힘들어하나요? 인간관계를 너-무 어려워하는 분이 계시나요? 고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나요? 아직 닥쳐오지 않은 현실 앞에서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드나요? 이런저런 고민을 함께 나눌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을 소개해요. 2015년에 출간되었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그림책이에요. 「두더지의 고민」은 김상근 작가의 작품이에요. 그의 첫 그림책이죠. 서사의 의미 확장과 감성적 캐릭터로 독일,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출간되었지요. 그는 수줍음이 많은 것 같지만 자기 할 말도 잘하고 때론 ...
최근 한 OTT에서 방영한 드라마 소년 시대를 인상 깊게 보았다. 80년대 부여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늘 맞고 다니는 찌질이 병태의 좌충우돌 학교 생활을 다룬 코믹 학원물인데 순박하고 찰진 충청도 사투리와 주연 배우 임시완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어우러져 보는 맛이 상당했다. 극에 몰입하여 웃고 울다 보면정신없이 10부작이 흘러가고 그 마무리도 꽤 흡족한데,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표절을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다.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평범하고 나약한 주인공이 일진 ...
아름다워 슬프기도 하고 슬프지만 아름답기도 한, 쓸쓸하지만 아름답기도 하고 아름답지만 쓸쓸한 이야기를 아시나요? 많은 이야기 속에서 내면 감정과 맞닿게 하는 이야기. 작가의 내면 감정에 푹 빠져 독자인 ‘나’를 잃게 하는 이야기. 머물고 싶지 않은 기억을 꺼내 생생하게 머물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림책 「옥춘당」이다. 그림책 「옥춘당」은 고정순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책 판형이 매우 두텁지만 온통 만화 컷으로 이뤄졌다. 2021년 만화책 「옥춘당」이 2023년 그림책 「옥춘당」...
날이 쌀쌀해지며 슬슬 잎이 지기 시작하는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에서는 오히려 무상감의 싹이 자라난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세월의 흐름을 몸소 느끼며 이 세상에 그대로인 것은 없다는 순리를 확인하는 순간, 존재의 나약함 또한 실감을 하게 된다. 그 실감의 크기는 살아낸 세월과 비례하는데 그 때문에 우리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변하지 않는 것들을 찾는 것은 아닐까. 변하지 않는 것 중의 으뜸은 어머니의 따뜻한 품일 것이지만,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향 역시 어머니의 품만큼이나 강력하다.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