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의 시 <꽃> 내용 중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의 구절이 있어요. 오늘도 누군가에게 불리고 있나요? 꽃이 되고 있나요? 어떤 향기로 세상을 만나고 있나요? 세상이 온-통 존재로 가득하지요. 「온 세상을 노래해」라고 불리는 그림책이 있어요. 그것의 존재 힘은 대단해요. 왜냐고요? 아이들에게 존재에 대한 가치를 밝고 경쾌하게 제시했기 때문이죠.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는 웅진 주니어에서 번역(이상희 옮김) 출판했어요. 세계 어린이들에게 삶의 교과서처럼 사용되고 있지요. 리즈 가튼 스캔런(Liz Garton. Scanlon)의 시와 말라 프레이지(Marla Frazee)의 서정적인 그림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에요. 단어들이 모여 시·공간을 이루고 경쾌한 그림들이 모여 춤을 추고 있는 듯해요. 그림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소한 일상이 점층적으로 확대되어 온 세상이 되어요. 겉표지에는 파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남매가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만약 내가 그곳에 서 있다면 시인이 되거나 그림책 작가를 꿈꿀 것 같아요.
캐릭터 중 일부를 따라가 볼까요? 누구의 시선으로 따라가고 싶나요? 작은 창으로 보이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해변 커뮤니티가 보이시나요? 무엇이 느껴지나요?
세상을 둘러볼까요? 이름이 없는 것들이 보이시나요? 그렇다면 빛의 속도로 이름을 지어 주세요. ‘이름 지어 주는 사람’이 되어 보아요. 그리고 꼭 이름을 불러 주세요. 누구누구의 무엇이기보다 자신의 이름으로 불릴 때, 존재감이 살아 움직여요. 세상을 움직일 수도 있을 거예요.
존재와 의미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림책 「온 세상을 노래해」는 회복의 시간을 줄 수 있어요. 언어들을 불러 모아 노래를 불러 주어요. 가수 ‘되기(becoming)’ 해요. 발라드, 팝, 가곡… 아! 헤비메탈로도 불러볼까요? 또… 시인 ‘되기(becoming)’ 해 보아요. 누가 알아요? 김춘수 시인처럼 될지요. 이처럼 들뢰즈(Deleuze)와 가타리(Guattari)의 ‘되기(becoming)’ 사유 방법을 통해 마음을 활짝 펼 수도 있어요.
우리 잊지 말아요. 소녀가 발견한 조가비처럼 우리는 특별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