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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같이BOOK] _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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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같이BOOK] _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찌질한 병태 속에서 발견하는 우리의 모습,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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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OTT에서 방영한 드라마 <소년 시대>를 인상 깊게 보았다. 80년대 부여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늘 맞고 다니는 찌질이 병태의 좌충우돌 학교 생활을 다룬 코믹 학원물인데 순박하고 찰진 충청도 사투리와 주연 배우 임시완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어우러져 보는 맛이 상당했다. 극에 몰입하여 웃고 울다 보면 정신없이 10부작이 흘러가고 그 마무리도 꽤 흡족한데,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표절을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다.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평범하고 나약한 주인공이 일진 무리의 괴롭힘을 당하는 흔한 설정이 진부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중심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븅태’라고 읽기 딱 좋은 주인공 ‘병태’의 이름이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기에 나타난 기시감을 말하는 것이다. 가까이에는 영화 <싸움의 기술>의 주인공이 장병태였고,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주인공도 한병태였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병태들은 교실에서 괴로워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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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체가 모여 살다 보면 힘의 우열은 위계와 불평등을 만들어 낸다. 불평등은 폭력과 억압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인간 사회에는 법과 도덕이 존재한다. 하지만 소년들의 교실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 즉 힘의 우열을 실감할 수 있는 현실 공간이다. 사실 필자에게도 남중, 남고의 교실은 힘의 질서가 뚜렷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기억되어 있다. 평화롭고 평등해 보이는 교실의 이면이나 친구들의 관계를 조금만 자세히 보면 힘의 위계가 만들어낸 폭력, 공포 등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늘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열등한 힘을 가진 병태에게 교실은 긴장을 한시도 놓아서는 안 되는 야생의 밀림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힘의 우위를 차지한 개인이나 집단이 도덕성을 잃게 되었을 때, 자칫하면 지옥도가 펼쳐지는 그 위태로움 속에서 우리 병태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그리고 또 다른 병태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 왔는가. 

 

먼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병태는 어느 정도의 힘, 정의감과 저항심을 가진 인물이지만 힘의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를 구원하지는 못한다. 더 큰 힘인 교사에 의해 석대가 사라졌을 뿐이다. 반면 <소년 시대>나 <싸움의 기술>의 병태는 힘을 길러 강자가 되어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식으로 영웅이 되긴 하지만, 방법의 적절성과 실현의 가능성 등에 물음표는 생길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의 병태를 보면 뜬금없게도 김수영 시인의 <풀>이 떠오른다. 바람이 불면 눕고 일어나고, 날씨에 울고 웃는 풀의 모습에서 주먹에 맞고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서는 병태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장 젊은 병태인 <소년 시대>의 병태가 마음에 든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끼지만, 딱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연대’의 강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문열 작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성장소설이라 언급한 바가 있다. 이 소설이 인간성의 유린을 경험한 병태를 통해 인간성이 얼마나 쉽게 망가질 수 있으며 그것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소년시대>의 감독 역시 ‘학교 다닐 때 맞고 다니지는 않았어.’라 말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드라마를 제작했다고 하니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결국 인간이라면 최소한 맞고 다니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즉 나와 타인의 인간성을 지키는 일은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는 일련의 병태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하면 대부분 압도적 빌런인 반장 엄석대를 기억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병태에게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대부분은 병태에 가깝고,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병태처럼 살아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태가 인간답게 교실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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