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DP 첫 이수자, 입시 결과에 주목

올 초, 교육계는 IB에 주목했다. 바로 IB DP를 이수한 졸업생의 대학 입시 결과가 나오는 해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이수하게 되는 디플로마(DP)는, 16~19세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최종 시험을 거치게 된다. 외부 채점 시험으로 언어와 문학, 언어 습득, 개인과 사회, 과학, 수학, 예술 6개 과목의 시험을 보게 된다. 객관식 없이 전체 서술형 주제에 대한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데, 45점이 만점이다. 24점 이상 받으면 이수 자격이 주어지고, 전 세계 수천 개의 대학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또, 38점 이상 취득하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IB 도입 당시, 현행 대학 입시 제도와 상충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과연 토론과 자기 주도 학습 중심의 IB 교육으로 빚어낸 입시 결과는 어떨까?

 

*대구형 IB의 성과

대구의 IBDP의 경우 일반고, 외고 등 성격이 다른 학교에서 희망자에게만 IB 교육을 실시했다. 즉, 수능반과 IB 반을 나누어 운영된 형태다.

 

대구 공교육 최초로 국제바칼로레아(IB)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을 이수한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 고등학교의 경우, 과정을 이수한 30명 학생 전원이 IB DP를 이수했다. 19명의 학생이 전체 디플로마를, 11명의 학생이 교과별 이수증을 취득했다. 해외 명문대학에 진학 가능한 38점 이상의 고득점 학생도 5명이나 배출됐고, 국내 수시전형에서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에 22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제주형 IB의 성과

제주는 대구와 출발부터 달랐다. 교육을 통해 지역을 회생하자는 취지로 도입이 됐고, 전 학년 대상으로 IB 교육이 이뤄졌다. 

 

표선 고등학교의 경우 디플로마 시험에 응시한 26명의 학생 중 전체 디플로마 이수는 11명, 과목별 이수증 취득은 15명으로 집계됐다. 30점 이상을 획득한 학생 5명을 포함해, 전체 이수자 평균 성적은 약 29점이다. 서울대, KAIST,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상위권 대학 입시에 성공하는 성과도 거뒀다.

 

*자체 평가는?

대구광역시교육청은 “대구의 IB 교육이 대입에서도 통했다, 대구의 IB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26년까지 IB를 전체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주 표선고도 “읍면 공립 일반계 고교로서 IB 프로그램 도입 후 첫 번째 응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며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밝혔다.

 

그런데, 궁금증이 생겼다. 왜 모두가 시험을 보지 않았을까? 가령 표선 고등학교의 경우 모든 아이들이 IB DP 교육을 받았음에도 시험 응시자는 30명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과가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잠자는 아이들을 깨운 IB 교육?!

관계자와 통화 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그동안 표선고는 소위 말하는 ‘대학 잘 보내는 학교’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입학 정원도 채우지 못했던 학교다. 125명 정도 입학을 해도 이탈률이 높아 그동안 졸업생이 100명을 넘기지 못했다.

 

디플로마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자료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이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모든 대학에서 점수를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요, 수능을 앞둔 11월에 디플로마 시험이 있다는 것은 정시를 포기하고 수시로 입시 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학에 뜻이 없는 아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또 대학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내신과 수행 챙기기에 급하기에 디플로마를 이수해야 할 필요성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학교에서도 DP 시험을 보라고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테고, 이런 이유로 끝까지 디플로마를 이수하겠다고 결정한 학생이 30명 남짓에 불과했던 것.

 

*입시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대학 입시에 관심이 없어 학교에 와서 잠을 자고 의욕 없던 학생들이 IB 교육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발표나 토론 수업을 하면서 의욕적이게 되고, 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는 점, 정원 미달이던 학교가 IB의 바람을 타고 지원학생이 넘쳐난다는 점 등 질적으로 확실히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게다가 예상치 않았던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에 현 공교육의 대안을 찾던 이들이 주목하고 있고, IB 교육을 선택한 많은 학부모들이 ‘대학입시’를 염두에 두고 IB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깊이 있는 학문 탐구, 생각의 폭을 넓히는 토론 수업이 내 아이를 단지 ‘수능 점수’로 줄 세우기 하는 현행 교육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란 믿음.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때문에 IB 교육에서 입시 결과를 논하는 게 어쩌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좋은 대학을 목표로 IB 교육을 선택한다면 또 하나의 입시전략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이해 된다.

 

하지만, IB 교육과정, 특히 DP가 전 세계 어떤 대학에서든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대학 입학’ 프로그램인 만큼, IB 교육과 입시를 떼놓고 생각할 수만은 없다는 것. 지금은 현행 입시 제도 안에 이 IB DP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철학이 변질되지 않는 선에서 IB 교육이 대학 입학 과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은 없을까?

 

 

*한국에서 IB DP 교육과 대입 연계성

현재 수능 체재에서 IB DP 교육 과정이 부딪히는 부분을 살펴보자. 첫째, 현행 수능 체재에서 디플로마 시험은 11월, 수능 준비 시기와 겹치므로 DP 시험 준비자들이 대학 정시 지원을 할 수 없다. 둘째, 열심히 준비해 DP 시험을 치러도 한국 모든 대학에서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즉 공교육으로서 IB DP 이수자의 대입 형평성 측면, 수시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의 주요 이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국제바칼로레아 교육학회 출범기념, 창립학술대회 자료집에서 서울대학교 권오현 명예교수가 제시한 내용을 토대로 해법을 정리해보면, 디플로마 시험 기간이 수능 준비기간과 겹친다는 점에서 수능을 못 본 학생들에게 대입에서 IBD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각 대학의 판단에 따라 IBDP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수능 최저를 면제 해 주는 방법, 또 대학 전공의 적합성을 판단할 때도, 특정 과목을 이수했느냐를 평가하기 보다 어떤 과목이든 그 과목을 깊이 있게 탐구했는지 확인하도록 하는 것. 특히 IB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인 수준 높은 연구활동이 학생부에 기재되기 어렵다는 점을 개선 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해 보는 방안 등이 있겠다. 

 

이렇게 IB DP 결과가 대학 입시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수 있는 세밀하고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동반되어야 할 일이다.

 

올 초 IBDP 졸업생 입시 결과의 경험을 계기로 공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IB 교육이 점진적인 변화를 거듭한다면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