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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같이BOOK] _ '비룡소 클래식'

기사입력 2024.04.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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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문학 작품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고전 문학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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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와 독서를 지도하는 강사인 아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직접 가르치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도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키우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꾸준히 해 왔는데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생긴 뒤로는 그것도 녹록지 않게 되었다. 다만 아이가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직접 소리 내어 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중학생이 된 뒤로는 등교하기 전 아이가 식사할 때 곁에서 읽어 주는 게 전부가 되었다. 아침 등교 전쟁을 치르는 동안 주어진 15분 남짓한 짧은 시간, 그것도 낭독이므로 한 권의 책을 읽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함께 책을 읽을 시간이 줄어들면서 읽을 책을 선정하는 일도 점점 중요해졌는데, 나는 몇 년 전에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를 아이와 함께 읽기로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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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책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이다. 소년 짐 호킨스가 우연히 손에 넣은 보물섬의 지도를 가지고 매력적인 악당 키다리 존 실버 등과 함께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이 이야기를 아직도 우리 집 아이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로 꼽는다. 세상에 나온 지 100년도 더 된 19세기 유럽의 한 작가가 쓴 이야기가 21세기의 대한민국의 한 아이에게 재미있게 기억된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펼쳐지는 탄탄한 짜임새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담겨 전해지는 인간 본연의 보편적 정서가 깊은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힘은 <보물섬>에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의 고전 문학 작품들은 그야말로 검증된 작품으로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이야기들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야기들과의 경쟁에서 오랜 시간 풍상을 이기고 살아남은 다양한 고전 문학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다. <보물섬>에서 시작하여 <키다리 아저씨>, <해저 2만 리>, <오즈의 마법사> 등 이름이 익숙한 작품들을 처음 혹은 다시 읽어 보면 이 작품들이 왜 유명한지, 오래 사랑을 받는지, 고전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순간의 재미를 넘어 인생을 바꿀 감동을 선사하는 고전 문학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이 시리즈를 추천하는 것은 작품을 정성껏 번역해 완역본으로 출판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작의 가치를 최대한 담아내면서도 부드럽고 쉬운 문체로 번역해 가독성이 뛰어나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주된 독자층인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고전 문학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가진 어른들이 읽기에도 적당하다. 게다가 예쁜 디자인의 양장본 도서라 소장하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메리 셰리가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박사라는 것을 알고 놀라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뿐이랴. 요즘 고등학생들과 국어 수업을 하다 보면 <흥부전>, <심청전>, <춘향전> 등 우리 고전도 줄거리를 아예 모르는 친구들이 전보다 무척이나 많아졌다. 이런 변화를 두고 요즘 아이들이 과거보다 무지해졌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X세대라고 불리기도 한 우리 부모들 또한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비판받으며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이러한 변화는 늘 반복되는 것이므로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나와는 다른, 요즘 시대에 맞는 색채의 교양 지식들이 자리 잡고 있으리라 믿고 있다. 그러나 히스페뇰라 호를 타고 보물을 찾아 떠나는 짐 호킨스의 모험이, 꿀벌 마야의 아름다운 성장기가, 피터 팬과 후크 선장이 멋지게 대결하는 네버랜드가, 넬로와 파트라슈의 감동적인 우정이 이 세상에서 잊히는 것이, 어릴 때 뛰놀던 골목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처럼 아쉬울 따름이다. 그들을 잊지 않고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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