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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같이BOOK] _ '아기 돼지 삼 형제가 경제를 알았다면'

기사입력 2024.04.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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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과 신화에서 건진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아기 돼지 삼 형제가 경제를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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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수행평가를 등한시하는 친구들을 왕왕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지필고사 점수나 수행평가 점수나 다 같은 점수’, ‘지필고사 한 문제를 더 맞기 위해 우리가 기울이는 많은 노력’ 등을 역설하며 수행평가를 소홀히 하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일인지를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막상 나는 어떠한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열심히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할 뿐 주식, 부동산, 채권 같은 단어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내가 지적하던 비합리적인 학생들의 모습이나 나 자신이나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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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를 모르는 사람이 수행평가를 하지 않는 학생과 같다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은 룰을 모르고 게임에 참여하는 게이머와도 같다. 당신이 타짜들이 득실대는 게임에 룰도 모르는 상태로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속한 이상 그 자본이 중심이 된 경제라는 게임에 참여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숙명이라면 더 늦기 전에 수행평가도 열심히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룰을 익혀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미리미리 룰을 익히게 하는 것도 필수적인 의무일 것이다.

     

    <아기 돼지 삼 형제가 경제를 알았다면>은 11년 이상 경제 기자 생활을 한 필자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제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물이다. 특히 이 책의 필자가 책을 쓸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우리 아이들이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하는데 그 결과물의 뼈대와 내용은 모두 훌륭하다. ‘파리스의 황금 사과’에서 자원의 희소성을 만나고, ‘알리바바와 40명의 도둑’에서 금융의 개념을 배우는 등 친숙한 동서양의 고전을 통해 딱딱한 경제 개념과 원리를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배울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교실 밖에서 경제 만나기에 제격이다. 우리 아이들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 등장하는 농부 부부가 왜 어리석은 사람인지, 그들이 저축과 투자의 개념을 알았다면 얼마나 큰 부자가 될 수 있었을지 생각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앞서 언급한 ‘자본주의 사회의 룰’의 기초를 충분히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친숙한 이야기와 경제 개념을 함께 전달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지만, 균형이 살짝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는 어린이들에게는 경제 개념이 살짝 어렵고, 경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청소년에겐 이야기가 너무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저자도 이를 충분히 인지했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경제 개념의 결합이라는 구성은 딱딱하고 지루하게 여겨지는 경제를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이러한 불균형을 저자가 해결할 수 없었다면 우리 독자들 혹은 부모들이 해결해 보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후 그 안에 담긴 경제 개념들을 잘 풀어서 설명해 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는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 보자. 우리가 노력한다면 이 책의 단점은 사라지고 장점만 더욱 빛이 날 것이다. ‘심청전’에서 정부와 복지의 개념을 만나며 우리 아이들이 교과 과목으로서의 경제가 아니라 삶으로서의 경제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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