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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혜선 씨와 사 남매가 표선으로 간 이유는?

기사입력 2024.03.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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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이 없어서 너무 좋아요”

    "아이의 변화가 눈에 보여 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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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남매와 함께 3년 전 제주도로 이주한 이혜선 씨(42세). 결혼 전 어린이집 교사였던 그녀는 네 명의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육아에 전념하게 됐다.

     

    “기존 수능 체제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진 않았어요.”

     

    어떤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좋을까? 코로나 이후 급변하는 이 시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봤을 때 부모 세대가 배운 것과 같은 수능 체제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다른 대안은 없을까? 고민하던 때에 IB 교육을 접하게 됐다. 이거다! 싶었다.

     

    “질문하고, 그것에 맞는 본인만의 답을 찾는 과정이 매력적이라 생각했어요. 독서가 이 시대 아이들에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독서를 기반으로 한 토론을 한다니 너무 좋았죠.”

     

    결혼 후 쭉 전주에 살던 혜선 씨는 아이들에게 IB 교육을 받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덜컥 제주도 이주를 결심했다. 오로지 IB 교육 때문에 결정한 일이었다. 대구와 제주가 비슷한 시기에 IB 교육을 시작했지만, 빡빡한 도시 생활보다는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이 아이들에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아이 넷을 데리고 직접 집을 알아보러 다닐 수가 없어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온라인으로 집을 알아봤다. 마땅한 집이 없어 애를 먹던 어느 날, 표선면에 있는 아파트와 인연이 됐다. 그리고 2022년 2월, 혜선 씨와 사 남매는 표선면 주민이 됐다. 혜선 씨가 이주한 직후부터 표선 지역 집값은 고공행진을 하며 2년 새 연세가 1000만 원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남편은 직장 문제로 함께 오지 못했다. 혜선 씨 보다 제주의 IB 교육을 먼저 알았던 남편은 주말부부를 해서라도 아이들이 IB 교육을 받는 데 찬성했다. 막상 이주해 와 보니, 같은 환경의 가정이 많았다. 혜선 씨 혼자 네 아이를 데리고 흔히 말하는 ‘독박 육아’를 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탁 트인 자연환경에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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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함께하는 혜선 씨의 아이들

     

    혜선 씨와 사 남매는 왜 표선으로 갔을까?

     

    제주도로 이사하고, 어린 넷째를 제외한 세 아이는 표선초등학교로 전학했다. 당시 IB 후보학교였던 표선초등학교는 이제 인증학교가 됐다. 그러니까, 혜선 씨네 아이들은 후보학교와 인증학교를 1년씩 경험한 것이다. 표선은 초·중·고 IB 과정이 연계된다. 초등학교에서 IB 교육을 받고도 IB 교육을 하지 않는 중학교로 배정이 될 수도 있는, 타 지역의 IB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제주도 표선 지역으로 이사를 결정한 것도, IB 교육의 연계성 때문이었다.

     

     

    IB교육, 경험해 보니...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2년 동안 아이들이 IB 교육을 받으며 변화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

     

    "아이들이, 정답이 없어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둘째는 낯가림이 엄청 심했어요. 소극적이고 말도 잘못하던 아이였는데, 토론하고, 발표하고, 반 친구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아이가 변화했어요. 그게 참 감사해요. 학기 말에는 반장 선거도 나갔어요!”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감 없던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처음 제주로 이사할 때, 그냥 한번 부딪쳐보자 했던 마음이 이제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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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교육 초문학적주제-영화로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들 <사진제공: 제주뽀맘 이혜선>

     

    IB 교육에서 느낀 이 만족감과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본 경험담을 나누고 싶었다. 소개 소개로 IB 교육에 관심 많은 학부모가 하나둘 모이더니 단톡방에 50명이 훌쩍 넘게 채워졌다. IB 교육에 관한 정보가 없던 때라 없어질 이야기들이 너무 아까워서 온라인 카페도 만들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IB 교육을 위해 제주도로 들어오는 가정이 많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 나가려면 궁금한 점도, 걱정도 많을 것이다. 입도 선배로서 새로운 가정을 환영하고 IB 교육에 관한 궁금증도 풀어주며 혜선 씨는 학부모들과 교류하고 있다. 한마디로 IB 교육의 전도사가 된 것이다.

     

    “사실, 제주로 와서 모두가 다 IB 교육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 거예요. 제가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아이들을 세세하게 보기 때문에 아이들의 변화도 더 많이 체감하고 있을지 몰라요. 우리가 성공적이라고 다들 성공하는 건 아닐 테니까...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사례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혜선 씨는 카페 모임을 통해 이미 IB를 경험하고 있는 선배 맘들의 경험담이 많이 공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며, 맹목적으로 IB 교육에 환상을 가지고 표선으로 오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너무 이상적인 교육이잖아요? IB 교육은... 그런데, 너무 기대하고 오면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생길 때 실망하게 되거든요. IB 학교라고 부족한 부분이 없을 순 없어요. 베테랑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고, 처음인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고요. 그에 따라서 만족감도 다를 수 있는 거예요. IB 인증학교라도 아직은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좀 먼발치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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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주제로, 아이들이 준비한 발표 자료 <사진제공: 제주뽀맘 이혜선>

     

    혜선 씨는 IB 학교를 2년 경험하면서 교사들의 수고와 고생이 눈에 보여 응원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단다. IB 교육은 로컬 교육을 중시한다. 그래서 한국 공교육 과정을 IB의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그만큼 현재 IB 교육에서는 교사들이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해야 한다. 교사의 역량이 많이 요구되기에 버티다 다른 학교로 가버리는 선생님도 여럿 보았다. 그 고생이 이해가 되면서도 IB 교육 경력 교사가 계속 남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IB와 수능?

     

    아직은 만들어나가야 할 환경이 많은데, 최근 IB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입시 결과가 공개되며 주목을 받은 것은 좀 씁쓸한 대목이다.

     

    “첫째가 올해 중1이 되었어요. IB 교육을 받는 표선중에 입학했고, 별다른 이슈가 없는 한 표선고로 진학을 하겠죠? 이전의 표선고는 소위 말하는 공부 잘하는 학교는 아니에요. 하지만 좋은 대학을 보내는 학교를 생각하고, 좋은 대학을 목표로 했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대구나 표선고등학교 IB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이제 겨우 2~3년 경험했을 뿐이에요. 그 아이들로 IB 교육의 성과를 말할 순 없을 거예요. 적어도 초, 중, 고, IB 교육을 모두 받은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그때 즈음 이야기 나눌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혜선 씨는 결과 중시의 한국 사회에서 IB 교육이 또 다른 형태의 입시교육으로 전락할까 봐 우려했다. IB 교육을 도입한 취지는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 한 아이의 인생을 길게 봤을 때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원하는 길을 찾아가도록 도움이 되는 것 아닐까? 혜선 씨는 IB 교육의 본질이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 존재 가치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아이에게 그려본 꿈이 있나요?"

    "아니요?"

     

    혜선 씨는 피식 웃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정해놓은 꿈은 없다. 그저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고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아이들뿐 아니라, 나를 변화 시킨 IB교육!

     

    아이들을 위해 제주 표선으로~ IB 교육의 품으로 들어왔지만, 이런 환경은 혜선 씨 본인도 많이 변화시켰다.


    “저도 매우 소극적인 사람이었어요.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좀 강해졌지만... 여기 와서 IB 교육을 공부하고, 아이들의 경험을 나누면서 제 꿈을 찾은 거 같은 기분이에요. 제가 아는 것을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알려주고, 소통하고 이런 것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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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내기 학부모들의 오프라인 모임. 온라인 카페[IB미래교육]을 운영하는 혜선 씨 <사진제공: 제주뽀맘 이혜선 >

     

    혜선 씨는 사 남매와 제주에서 IB 교육과 함께하는 이야기를 정리해 곧 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자신도 이렇게 적극적인 활동 성향을 가진 줄 몰랐다. IB 교육이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의 자존감도 업그레이드해 준 셈이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주입식 교육에 고착화되기 전에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단, 한 가지 길이 아니라 다양한 길을 열어두고요! IB 교육은 배움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실패와 도전의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그 길을 찾아 함께 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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