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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같이BOOK] 그림책_ '의자'

기사입력 2024.02.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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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그림책 [의자]
    ‘의미 발견, 그림책이 갖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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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을 펼치자,

    바둑이가 세상 편하게 의자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바둑이는 빙그레 웃고 있다.

    소년은 의자에 앉아 할머니 눈을 쳐다보며 마냥 미소 짓는다.

    누구의 의자일까? 또 다른 의자는 자신에게 다가올

    이야기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의자」는 나에게 다가왔다.

     

    「의자」는 이정록 시인의 시에 주리 작가의 그림으로 빚어낸 시 그림책이다. 바우솔에서 2024년 1월 출간하였다. 대한민국문학상 번역 대상의 주인공,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시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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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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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하도 좋아서가 아니라 

    그림이 하도 좋아서 시를 보게 되었다.

     

    그림책을 펼치자, 크고 작은 꽃분홍 꽃들이 매우 매력적이다. 거친 질감과 청량한 빛이 아롱지며 대비된다. 현실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가 마주하며 교차한다. 그림 작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결합하여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으로 시를 묘사하였다.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포토샵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그림의 질감을 섬세하게 나타내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인의 시 세계를 읽어 낸다는 것은 훈련받은 전문가도 어려운 일이다. 그림 작가는 그림과 그림, 그림과 시 사이에 숨겨 놓은 시 공간의 세계를 독자에게 내어 주었다. 그것은 시인의 시를 충분히 내면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림책 「의자」는 더욱 가슴에 머문다. 그것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작품해설과는 다른 차원이다. 시의 주제처럼 서로서로 배려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은 중요하다. 그러나 왜 배려하고 의지해야 하는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등 삶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때때로 아이들에겐 아무리 좋은 교훈도 어른의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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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림책 「의자」는 독자가 시에 몰입하여 머물 수 있도록 영화의 Zoom in(out) 기법을 사용하였고 은유와 대비를 통해 세대 간의 차이를 삶의 의미로 확장하였다. 이는 그림 작가가 시인의 시를 충분히 내면화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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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문법과 그림의 문법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림 작가는 시인의 시 문법을 충분히 배려하였다. 그러한 배려 속에서도 그림 작가의 정체성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것이 그림책 「의자」가 갖는 힘이다. 

     

    또한 독자에게 주는 지혜의 선물이자, 나를 기다리는 나만의 의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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