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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미.우.새, 먹찌빠_ 방송작가 육소영 ②

기사입력 2024.02.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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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미운우리새끼 스튜디오 녹화 현장, 사진제공=육소영작가)

     


    애정을 갖고 오래 집필해 온 ‘미.우.새’프로그램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생각밖에 단순했어요. 미우새를 7년 정도 했는데, 그냥 새로운 프로그램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오래 공들였고 최선을 다했던 프로그램이었기에 오히려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우새 다음작인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경우 미우새의 번외작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미우새를 찍다가 문득 ‘결핍 많은 네 사람을 데리고 토크쇼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부족함이 있는 사람들이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재밌잖아요? 돌싱포맨 앞에 붙은 ‘신발 벗고’의 의미가, '무장 해제'의 의미거든요. 상실과, 이별, 후회가 가득한 지난날을 잊고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은 이들이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거죠. ‘일단 신발부터 벗고~’ 무장 해제하고, 게스트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듣는 거예요. 그걸 듣는, 어딘가 삐딱한 돌싱포맨의 반응이 남다른 케미를 발산하는 것 같아요. 

     

     

    이런 번뜩이는 기획력을 가진, 예능작가 육소영은 천재가 아닐까요?

    미우새는 목욕탕에서, 트롯신이 떴다는 샤워 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라고 하니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저는 노력형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막내 작가 때부터 모니터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세상의 모든 예능은 다 본 것 같아요. 예능감은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많이 보는 게 정말 도움이 돼요. 보고 또 보니 그 안에 답이 있었던 것 같고. 프로그램을 성공케 하는 수많은 장치와 캐릭터 구축, 현재 트렌드와의 접점. 이런 것들을 프로그램 모니터를 통해 깨치고 익힌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기획을 잘할 수 있냐, 이런 질문 많이 받지 않나요?

    작가 생활을 20년 이상을 하다 보니 기획 잘하는 방법을 많이들 물어보는데요. 그 방법을 누구보다 알고 싶은 게 접니다! 하하. 어떤 분야든 타고난 감각은 어찌 따라잡을 순 없지만 그 외엔 노력하면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식상하지만 남들보다 열심히 하면 되는 것 같거든요. 수많은 프로그램을 모니터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음악도 많이 듣고요. 열심히 하는 거에 장사 없다는 생각입니다. 기획만큼 즐겁고도 고된 작업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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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촬영현장, 가운데 서 있는 육소영 작가

     

     

    기획뿐 아니라, 방송작가의 업무 폭은 굉장히 넓은 것 같아요. 예능 작가는 어떤 일을 하나요? 

    방송작가, 특히 예능작가는 기획부터 출연진 섭외, 현장 섭외, 촬영현장 사전 답사, 촬영, 편집과 자막 등 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합니다. 미우새 할 때는 영덕에 답사차 갔다가 이틀 동안 43km를 걸어서 그중에 촬영할 코스를 정하고 온 적도 있고, 한라산을 촬영할 때는 정상까지 답사하고 내려오기도 했어요. 방송작가 하려면 체력도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VCR마다 담당 피디와 작가가 있는데, 저는 또 메인작가이다 보니 그들이 찍고 편집해 온 걸 ‘시사’해요. 관전 포인트는 뭔지, 흐름은 뭔지 함께 고민해 주고, 재미 포인트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작업이죠. 방송이 나가고 나면 시청률 신경도 써야 하고, 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부터 끝까지 방송작가의 손이 안 가는 곳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 지칠 법도 한데, 23년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좀 쉬라고 하지는 않아요?

    주위 사람들이 체력이 좋다고 뭐 좋은 거 먹냐고 많이들 물어봐요. 하하, 사람들이 제가 한 프로그램을 보고 웃고 즐거워하는 것이 좋아요. 신인 출연자들이 잘 됐을 때도 희열을 느끼고요. 이 질문을 받고 원동력을 생각해 봤는데... 그냥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일보다 더 재밌는 것을 찾게 되면 일을 쉬지 않을까요?

     

     

    여전히 일이 재밌다는 말로도 들려요. 일상에서도 늘 일 생각을 하는 것 같고요.

    ‘쉰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집에 있으면 TV를 계속 틀어놓고. 밥 먹을 때도 모니터 하고, 사람들과 술 마실 때 말고는 쉬지 않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게 그냥 습관이 된 것 같아요. 한 번도 열심히 안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방송작가를 꿈꾸는 [디지털 에듀] 뉴스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송작가는 회사원도 아니고 프리랜서니까 일하기 싫으면 그만두기 쉽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시작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책임감을 갖고 꾸려나가는 모든 걸 차근차근 배워 나갈 수 있는 사람. 최소 1년 이상은 한 프로그램에서 뭔가 제대로 배우겠다 하는 사람.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됐는데 타고난 감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모든 일이 그렇듯 보이는 게 다는 아닙니다. 막연하게 연예인도 보고 재밌게 일하겠다 생각해 방송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버티기 힘들 거예요. 연예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작가일을 재밌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치열한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겁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치열하게 덤빌 각오가 된 사람이 와야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끝으로 23년 차 예능장인, 육소영의 현재 시점에서의 고민이 있다면?

    돌싱포맨은 이미 자리를 잡았고 먹찌빠가 많은 시청자분들에게 더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머릿속에 먹찌빠 생각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덩치 서바이벌 먹찌빠는 sbs 일요일 4시 50분에 방송됩니다. 독자 여러분 많은 관심과 시청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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