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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고서] 디지털 배움터, 임진서 강사

기사입력 2023.12.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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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경기도디지털역량강화교육 성과보고회
    디지털배움터 우수강사, 임진서

    1일, 수원시 가족 여성회관 교육관에서 ‘2023 경기도디지털역량강화교육 성과보고회’가 열렸다. 한 해 동안 '디지털 배움터'를 통해 노력해온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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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일,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교육관 '2023 경기도디지털역량강화교육 성과 보고회' (사진=하강지 기자)

     

     

    이날, 경기도 디지털 배움터 약 290명의 강사 중 세 명의 강사가 한 해의 노력을 인정받아 우수상을 받았다. 그중 한 명인 김포시 노인종합복지관 임진서 강사는 수상소감에서 자신은 디지털 배움터로 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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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상을 받은 '임진서 강사'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올해는 고령층을 많이 만난 한 해였습니다. 어르신들이 교육장을 나설 때 ‘여기 나가는 순간 또 잊어버려~’라고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콩나물을 키우다 보면 물이 빠져나가도 콩나물이 쑥쑥 자라잖아요? 어르신들의 배움도 콩나물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 한 해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너무 즐겁게 보냈는데 상까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임 강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찬찬히 수상소감을 전했다. 

     

    “강사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자부심과 책임감이 꾹꾹 눌러 담긴 수상소감이었다.

     

    [만나보고서] 2023 디지털 배움터 우수강사 – 임진서  

     

    임진서 강사는 디지털 배움터 사업이 실시된 2020년 9월부터 디지털 배움터 강사 일을 시작했다.

     

    “원래 전공이 컴퓨터였어요. 졸업 후 취업을 했지만, 전공과 관련된 일이 아니었고, 잘 맞지 않았죠. 그래서 직장을 다니며 미래를 준비해야겠다 생각하다가 당시 핫했던 소통 강사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강사를 했는데, 프리랜서이니 수입이 불안정했죠.”

     

    회사원보다 강사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아이를 낳고 육아 문제로 한동안 경력단절이 되었다.

     

    “주변에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었어요. 일을 다시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지금 경력단절 여성을 보면 애틋한 마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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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임 강사는 전공을 살려 컴퓨터 강사로 변신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컴퓨터 전공과 소통 강사의 경험은 그녀를 컴퓨터 강사로 우뚝 서게 해 주었다. 

     

    디지털 배움터 강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범위의 강의를 해내고,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먼저 적응하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는 임진서 강사.

     

    올해는 노인종합복지관에 배치되어 ‘6학년~8학년’ 어르신들과 만나게 됐다. 스마트폰 관련 강의가 주였는데, 아주 기초적인 스마트폰의 사용 방법부터 건강 관련 앱을 다운로드 받고, 활용하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알려드리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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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이 빔프로젝터를 띄어놓고 공부하면 눈이 피곤하다고 하세요. 그래서 고민했죠. 눈앞에서 보고 배우는 방법이 없을까. 앱 모양의 카드를 나눠주고, 스마트폰에서 같은 모양의 앱을 찾도록 아이디어를 냈어요. 아날로그를 활용해 디지털의 다리를 건너갈 수 있게 한 거죠.”

     

    임 강사가 고안한 '디지털 치매 예방 카드'는 어르신들이 ‘앱’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돕고, 스마트폰이란 기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일등 공신이 돼 주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임 강사의 수업 시간엔 구수한 트로트가 흘러나올 때도 있다. '블루투스 연결하기' 수업에 마이크 연결하기와 더불어 노래 교실을 연 것이다. 어르신들 반응이 뜨거웠다고.

     

    “손주가 놀러 오면 스마트폰 붙잡고 오락만 했는데, 할머니가 블루투스 연결하기를 배워 마이크로 노래방을 만들어 주니 손주가 ' 우리 할머니 짱!' 이라고 했답니다. 그게 바로 세대 공감 현장이지 뭐예요~“

     

    에피소드를 전하는 임진서 강사에게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했어요. 강사 기본 시간만 채우고 강사 평가 기준에 맞춰서만 근무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저 같은 경력단절 여성,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싶었고요. “

     

    기획안부터 서류 정리, 현장 섭외까지 열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2023 경기도디지털역량강화교육 성과보고회에서 우수 강사로 선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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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강사 임진서'에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은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자 시각장애 배우자를 둔 수강생 이야길 전해주었다. 스마트폰의 기초도 몰랐던 수강생은 앞이 보이지 않는 배우자를 위해 그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앱을 다운로드 받고,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수강생이 열심히 수업을 듣고 배우자의 제2의 인생을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하게 되었을 때, 그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이런 수강생들은 임 강사의 피로를 날려주는 비타민이 되지만, 늘 이렇게 보람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니어 분들을 교육하며 등짝 스매싱을 당하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조금만 자신에게 관심이 덜 와도 서운해하세요. 나름 모든 수강생에게 골고루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는데도요. 그렇게 행동으로 서운하다는 감정을 보이실 때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민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분들의 니즈를 채우지 못한 거잖아요?“

     

    내년에는 올해 받았던 민원들을 잘 살펴보고,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으고 집중할 생각이다. 임 강사는 벌써 내년 강의 준비로 머릿속이 분주하다고 전했다. 특히 진화하는 chat GPT 강의를 위해 연구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시청에서 많은 배움터 발굴을 해 주시고, 디지털 배움터 사업을 널리 홍보할 기회를 더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또 디지털 배움터는 강사와 서포터즈의 소통이 밑거름되어야 정말 취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강사와 서포터즈 소통이 잘 되고, 사업 홍보도 잘 되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배움의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임 강사와 같은, 디지털 배움터를 운영하는 많은 관계자의 ‘노력’이라는 양분을 받아 디지털이 어려웠던 사람들 누구나 디지털로 연결되는 따뜻한 세상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물이 빠져나가도 콩나물이 쑥쑥 자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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