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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서] 문화두리기 이야기 콘서트- 건축가 유현준

기사입력 2023.11.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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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도시를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경기도 시흥시가 주최하는 ‘문화 두리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특별한 콘서트가 마련됐다. 두리기는 크고 둥근 상에 음식을 차려놓고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다는 뜻.  시흥시 문화 두리기 이야기 콘서트는 올해로 4회째다. 23일부터 8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3인의 명사 특강이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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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일요일, 시흥 대야 평생학습관에서 이야기 콘서트 두 번째 주자로, 유현준 교수의 특강이 있다고 해 가보았다.

     

     

    [가보고서] – 문화 두리기 이야기 콘서트 ‘유현준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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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유현준 블로그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유현준 교수는 알쓸신잡2, 알쓸별잡 등 다수의 TV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인문건축기행, 공간의 미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을 집필했다. 유튜브 채널 ‘설록현준’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강연에 앞서 추위를 녹여 줄 따뜻한 공연이 준비됐다. 와이 앙상블의 연주가 강연 전 집중력을 한껏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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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는 훌륭했지만, 나른한 점심 시각이라 졸지 않으려고 눈에 힘을 바짝 주었다. 

     

    강연에 나선 유현준 교수는 차분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도시를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도시는 밀도가 높아야 성장할 수 있는데, 이 밀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도시를 해체할 것인가? 유 교수는 많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영상통화된다고 손잡기를 포기하진 않잖아요?”

     

    유 교수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공간이 양극화됐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소개한 영화‘기생충’의 몇 장면에 관한 분석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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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네이버 영화

     

    반지하에 사는 주인공들은 WIFI가 되는 곳을 찾아 화장실에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이들이 동익의 집,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초록 잔디에 누워 책을 본다. 경제력이 있을수록 가상의 세계는 필요가 없어진다. 돈을 벌면 오프라인을 확장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보았던 영화 장면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 신선했다.

     

    관련하여 요즘 백화점이 달라졌다는 유현준 교수의 이야기에서 나는 왜 내가 백화점에 가도 살 물건이 없는지 무릎을 탁! 쳤다. 나중에 보니 진행자도 같은 생각을 했더라.

     

    저렴한 물건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백화점은 조금 더 고급지고 비싼 명품들,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힘든 것들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여유롭지 않은 자, 백화점에 가서 살 수 있는 물건이 없었던 것이다.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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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더현대백화점

     

    백화점 공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과 다르게 천창이 만들어지고, 건물 중앙은 뚫려 쉽게 다른 층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온라인과의 차별성에 고민하던 백화점은 ‘자연’과 ‘사람’에 주목했다. 그 차별성을 공간에 활용했고, 이런 공간 활용으로 백화점에 사람이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유현준 교수는 사람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게 좋은 도시라고 설명했다. 미래 도시 공간은 경제적 계층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의 원형 극장을 예로 들었는데, 사람들이 한데 모여 공연을 보면 같은 추억이 만들어진다. 추억을 공유하면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그러면 도시는 자연스럽게 융화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카페가 젤 많다. 돈을 내야 쉴 수 있는 공간만 즐비한 것이다. 도시 공간 재구성의 필요성이 여기 있는 것이다. 

     

    유교수는 도시 공간 재구성의 좋은 모델로 경의선 숲길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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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경의선숲길 

      

    선형의 공원은 윗동네와 아랫동네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의 융화가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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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 내내 다양한 지식이 ‘유현준의 잡학사전’처럼 펼쳐졌다. 방대한 지식을 하나의 논점을 향해 적재적소에 풀어놓는 유현준 교수의 화자로서의 능력이 부럽기도 했다.

     

    건축학자답게 유 교수는 도시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하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앞서 말한 바람직한 ‘선형 공원’을 도시 한복판에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물류 터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복잡한 도시의 도로 중앙을 공원으로 바꾸고 대신 그 아래 드론 등을 활용하여 배달할 수 있는 물류 터널을 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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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새로운 이 도시 모델은 구축 가능한 일일까?

     

    “우리가 모두 건축주라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유현준 교수는 미래 도시는 벤치 없이 커피숍만 즐비한 사회가 아니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걸어서 가까운 거리에 있고, 그래서 그 공원을 통해 사람이 융화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건축주라는 마음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유 교수는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현준 교수가 바라보는 공간에 대한 시각과 예측은 예리하면서 신선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인프라로 만들어갈 미래의 공간을 기대하며 ‘건축주’의 마음으로 우리가 살아나갈 도시 공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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