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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배우 차인표 ①

기사입력 2023.11.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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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 하면 고유명사처럼 딱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열정적으로 섹소폰을 연주하는 남자 주인공, 바로 배우 차인표다. 배우에서 영화감독으로, 장편소설 작가로 도전을 멈추지 않던 그가 이번엔 지구환경 지킴이로 찾아왔다. 늘 배우는 자세로 산다는 그, 차인표 씨와 더 인터뷰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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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황부터 여쭈어볼게요.  새 TV 프로그램, [녹색 아버지회]가 방송이 됐습니다. 여기서 아빠 히어로즈 4인방 중 회장을 맡으셨다고요?

     

    네,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모여서 내 아이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 국내외 환경 이슈를 직접 찾아가 경험하고, 문제를 진단하고, 생활 속에서 개인이 함께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친환경 예능이에요.

     

     

    실제 쓰레기더미 속에서 고군분투하시던데, 촬영하면서 어떠셨나요?

     

    생활 쓰레기가 모이는 자원순환센터로 출동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하루 동안 모이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니 충격 그 자체였죠. 악취는 둘째치고 담배꽁초로 가득 찬 유리병이나 부패한 음식물이 담긴 재활용 쓰레기 등 분리수거 문제도 심각하다는 걸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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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SBS 녹색아버지회

     

     

    환경 문제에 원래 관심이 많으셨나요?

     

    제가 아버지가 된 다음부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가 공통되게 느끼는 것이죠. 저 역시 내 자녀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신앙, 건강,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넉넉한 마음, 부족하지 않은 물질, 감사하는 마음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누릴 지구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기후변화 관련 명예 홍보대사도 하셨지요?

     

    TPSD 2023의 명예홍보대사직 제안을 받았고, 부모 된 입장에서 무엇이든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TPSD는 ‘환태평양 지속가능 대화’라는 국제 기후 콘퍼런스로 반기문 재단과 스탠퍼드대학교가 주최하고 정부, 각국 외교관들, 학자와 기업가들이 참여합니다.

    요즘 ‘기후재앙’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이 상태로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어 기후재앙에 이른다면 우리 자녀 혹은 그 이후 세대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렸던 지구의 혜택을 더는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어요.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지 못한 기성세대로서의 부채감도 있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때,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Asia Pacific Research center의 신기욱 박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참여하게 됐죠. 명예 홍보대사로서 저는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인종, 전문분야 등을 떠나 우리 모두가 내 자녀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준다는 하나의 가치 안에서 토론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환경 지킴이로 적극적인 행보, 최근 시구에서도 보여주셨는데요. 피켓이 인상 깊었습니다. 분노의 양치질을 거기에 활용하실 줄 몰랐거든요.

     

    야구장에서 시구하게 되면 오디오는 관중분들에게 전달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우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샌드위치 맨(과거 극장 앞에서 영화 광고를 하던)이 되면 좋겠다는 제안은 제가 했습니다. 하지만 분노의 양치질 사진을 거기에 활용 할 줄은 몰랐는데, 녹색아버지회 작가분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그렇게 만들어 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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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SBS 녹색아버지회

     

     

    어떻게 보면 자신을 희화화한 거잖아요?

     

    분노의 양치질이 누군가에 의해 밈으로 만들어진 지 20년이 되어 갑니다.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저를 희화화할 때 사용되던 이미지가 “야구장 쓰레기 아웃”이라는 공적 목표를 위해 사용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좋은점 중 하나가 관점이 바뀐다는 사실인 것 같아요. 예전에 중요하던 게 별로 안 중요하게 여겨지고, 예전에 그냥 지나치던 것에 발길이 멈추는 것처럼요. 만약 나이가 들면서도 젊었을 때처럼 더 성공하고 싶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고, 어디서나 멋져 보이고 싶다면 얼마나 어색하고 고단하겠습니까? 나이가 들면서 세월에 맞게 변해가고,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저의 이미지 역시 그렇게 쓰인다면 좋겠어요. 만약 제게 희화화하고 싶은 이미지가 남아 있다면,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는 그 순간까지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차인표 씨를 인터뷰한다고 지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니, 한결같이 ‘사람 참 반듯하고 선해 보이더라’는 말을 먼저 했어요. 이 말은 배우에게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잖아요?

     

    대중 연예인을 고용한 분은 대중이므로, 연예인이 대중에게 비추어지는 이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겠죠. 그런데 이게 본인이 고민하거나 계획한다고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본인의 이미지를 A라고 생각하는데, 대중은 X나 Y를 부여하기도 하니까요. 특정 이미지를 부여받았다는 건 대중의 관심 안에 아직 있는 것이므로 그게 고정적인 이미지더라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히 선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대중이 저에게 선한 이미지를 부여했다면, 그건 저를 통해서 선한 이미지를 보고 싶다는 대중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 여깁니다. 그건 저에게 좀 더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를 하게 되죠. 결국, 대중과 연예인은 이미지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이 제게 어떤 이미지를 부여했던, 그게 소모되는 과정에 다툼이 아니라 화해가 일어나고, 상처가 아니라 회복이 일어나는 곳에 소모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데뷔 때부터 한결같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데 한몫했을 것 같아요. 평소 루틴은 어떤가요?

     

    배우는 자유직 중에서도 시간 계획을 짜기 어려운 직업 중 하나에요. 드라마나 영화 작품에 들어가면 몇 달씩 쉬지 않고 일하기도 하고, 작품이 없으면 기약 없이 몇 달씩 쉬기도 하죠. 일이 들어오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쉬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이 들어왔을 때 좋은 컨디션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일을 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낼 테니까요. 따라서 일을 할 때보다 쉴 때가 중요합니다. 

    운동선수들이 비시즌에 전지훈련을 하러 가고, 개인 훈련을 하듯, 배우도 쉬는 기간 중 루틴을 짜서 체력을 키우고, 체격도 만들고, 책을 읽어 지적 양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폭을 늘리는 등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걸 가능케 하는 것이 루틴이죠.

      

    어느덧 배우로 30년을 지내다 보니 저도 루틴이 생겼는데요. 아침에 일어나 오전 9시 전에 운동까지 모두 끝내고 일과를 시작하고, 저녁은 되도록 집에서 먹습니다. 늦어도 10시 30분에는 취침시동을 걸어서 11시 전에는 자리에 누워요. 잠자리에서 책을 읽다가 잠듭니다. 집에 있을 때는 웬만해서 이 루틴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일 년에 몇 번씩 여행을 가거나 할 때는 루틴에서 탈피해서 자유를 누리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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