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흥여성의전화는 1997년 창립하여 26년째 시흥에서 여성 인권운동을 하고 있으며 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인 ‘온새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양한 피해자 지원과 찾아가는 폭력 예방 활동으로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 온라인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지역 등 시공간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흥여성의전화에서 지원한 피해자 상담 건수를 보면,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성폭력 건수가 2021년 671건, 2022년 907건, 2023 상반기 기준 526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였다.
“피해자는 한 명이지만 피해는 여러 건이에요. 유포, 재유포 되면서 말하자면 한 피해자가 여러 건의 피해를 입게 되는 거죠. 또 가해자 한 명이 불특정 다수 여러 명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요”
시흥여성의전화 이동화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가 조직화 되고, 상업화되고 있다며 플랫폼의 시장이 커지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메타버스의 경우 새로운 디지털 성범죄의 플랫폼으로 악이용되고 있다고.
“메타버스에서 보상을 미끼로 10대 아동·청소년 등에게 성 착취물을 요구하는 예도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포·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언어학습 앱으로도 접근해요. 일본어나 영어 등 언어를 배우는 플랫폼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개인적인 연락을 하게 되고, 그걸로 시작해서 친밀감을 쌓으며 정보를 수집하는 거예요. 그루밍(길들이기)도 종종 일어나는데, 이 아이가 피해를 당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받을 어른이 있는가, 가해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를 입게 되고, 또 피해 사실을 알게 되어도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으며 가해 방식이 계속 변화하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속과 수사가 어렵고, 법적 처벌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사이트의 경우 삭제도 어려울 뿐 아니라 국내법 내 처벌 근거가 미약하고, 여러 난관을 거쳐 사건이 기소되어 법원의 재판을 거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기관에 도움을 주고 있는 서성민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유형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디지털 성범죄 자체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 대한 빠른 유포 가능성과 증거인멸의 용이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그에 맞춰 수사와 재판실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 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면밀히 살피면서 각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으로 보인다.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반드시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알리고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라는 것, 아이에게는 네 편이 있다는 사실을 진심을 담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가족을 믿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어요. 지속적인 예방 교육을 통해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분위기를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시흥여성의전화에서 지역 내 청소년에게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예방 교육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대부분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사건에서 부모의 반응은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입니다. 그루밍이란 것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요. 온라인 기반으로 하는 청소년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에는 학부모 대상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관계자들은 청소년 대상 예방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학부모 대상 예방 교육이라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예방 교육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상담뿐 아니라 많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지역 센터에서 담당하고 있어요. 피해자의 힘듦을 비난하지 않고 오롯이 받아주는 곳이거든요. 전문성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지속성이 필요한 일이예요. 예산이 삭감되면 제대로 된 상담 및 지원이 이뤄질 수 없어요. 특히. 디지털 성범죄는 예방이 우선이고,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찾아가는 예방 교육이 너무나 필요하거든요. 청소년들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연령에 맞춰 실효성 있는 디지털 성교육과 피해자 지원 안내가 필요한 상황에서 예산삭감이라니 우려됩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를 입거나 피해가 의심될 경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02-735-8994, 여성 긴급전화 1366,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원스톱 신고 ARS 1377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흥의 경우 시흥여성의전화 031-496-9494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