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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해방일지] _나의 장롱면허 탈출기!

기사입력 2023.09.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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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가 된 것 같아. 내가 이렇게 못하는 게 있을 줄 몰랐어.”
    오랜만에 운전 연수를 받고, 나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 엉엉 울어 버렸다.

                                                                                                                                                                                                     

    나의 장롱면허 탈출기!

         by. 돌콩 / 브런치스토리 작가.   



     

     내가 면허를 딴 것은 1999년. 대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그때만 해도 젊은 혈기에, 못하는 게 없을 것 같았더랬지.  

    나는 1종 보통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했고, 필기도 실기도 한 번에 척척 붙었다. 아, 그런데 면허를 따면 뭐 하냐고! 운전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끝마치면 남학생들이 돌아가며 알바생들을 집에 태워다 주었다. 기회였다! 

    나는 겁도 없이 밤길 운전에 도전했다. 그때 처음 운전한 배달 차량이 티코였나~ 마티즈였나~ 아무튼, 나를 데려다주려다 졸지에 보조석에 앉은 남학생의 허옇게 질린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손잡이를 꽉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기를 몇 번.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나서는 당최 운전의 기회가 오질 않았다.

     

     결혼을 하고, 운전해 봤냐고 묻는 남편 앞에서 자존심 상하기 싫어 당당히 운전해 봤다고 말했다. 해 보긴 해 봤으니까! 그런데, 당시 스틱 차량이었던 남편의 차를, 남편이 ‘겁도 없이’ 고속도로에서 나에게 맡겼다. 출발부터 다음 휴게소가 나올 때까지 한 시간여를 달렸는데, 남편의 얼굴 역시 허옇게 질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나는 운전만 하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얼굴을 새하얗게 미백시켜주는 신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허허... 

     

     이후, 결정적인 사건이 더해지며 운전대 잡을 생각조차 못하게 됐다.

     

     남편이 작은 회사에 근무할 때 일이다. 사장님 내외와 4살 아들, 우리 부부가 어쩌다 제주도로 함께 여행을 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핫템이었던 마라도 짜장면을 먹어 보겠다며 섬에 도착한 날. 우리는 골프 차를 타고 섬을 우선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웬일인지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앗싸! 

    나는 오랜만에 운전하게 되어 신이 났다. 골프 차는 생각보다 운전이 쉬웠고, 그래선지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주차를 완벽하게 하고 싶은 약간의 욕심이 생겼다. 

     

     아이가 차에서 내려 엄마 손을 꼭 잡은 것을 보았고, 나는 고개를 돌려 차 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후진을 하는데, 그만 사장님 아들 발을 밟고 지나가 버린 것이다. 흐악! 아이가 축지법을 쓴 건가? 분명 엄마 손을 잡고 있었는데!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섬에 병원은 없고, 사장님은 아내에게 애 안 보고 뭐 했냐 소리치고, 면목 없이 안절부절 배를 기다리던 그 공포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던지. 우리는 육지로 나오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걷지 못하겠다며 울고불고하던 아이가 의사 선생님을 보자마자 “싫어~”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도망 가 버리는 것이다. 그 모습에 의사는 하하하 웃더니, 사진 찍어 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다친 곳 없이 아이는 무사했지만, 나에게는 그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운전면허를 따 놓고, 경신만 몇 번을 했던가. 그 말로만 듣던 유물에 가까운 장롱면허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나였던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운전할 일은 더 없었다. 섬은 아니었으나 섬에 가까운 고립된 동네에 살던 나는, 동네에서 벗어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와 집까지 자차로는 20분 내외 거리, 하지만, 대중교통으로는 한 시간 남짓 걸렸다. 드디어 운전을 해야만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출근 날짜를 확정 짓고, 나는 급히 운전연수부터 받기로 했다. 장롱면허를 탈출한 동네 언니들에게 추천을 받은, 아주 참을성 강한 여자 강사를 소개받았다.

     

     운전 연수를 앞둔 전날 밤, 나는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았다.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자동차 시동을 켜고, 출발해서 회사까지 시험 운전을 했다. 아~ 떨렸다.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옆집 지혜 언니도 십 년 만에 운전했고, 뒷집 혁이 엄마도 운전하는 데 나라고 못 할 거 없지.'

    나는 무슨 큰일을 앞둔 사람처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속으로 외치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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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강사는 약속 시각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 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밖으로 나가는 동안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듯 강사분은 나에게 시동을 거는 방법부터 의자 맞추는 법, 좌우 백미러 맞추는 방법 등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알려주기 시작했다. 

    상냥한 이 강사분과 함께라면 운전 연수 몇 번으로 차를 끌 수 있지 않을까?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나는 조심조심 차에 시동을 켰다! 

     

    -나의 장롱면허탈출기 2화로 이어집니다. 

     

     


     

    [나의 해방 일지

    손주야~ 나도 주문시켜줄 수 있다! 디지털 문맹에서 탈출한 할머니똥손탈출-나의 첫 앙금 케이크유튜버로 변신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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